발명하는 기업
우리는 규모가 큰 회사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명해내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뛰어난 고객 서비스 역량에, 보통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빠른 실행력과 민첩함,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를 결합하고 싶습니다.
과연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좋은 출발을 했고, 우리의 기업 문화 역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리한 기반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과가 뛰어난 대기업조차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는 미묘한 함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직 전체 차원에서 그런 함정들을 어떻게 피할지 배워야 합니다.
대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 가운데 하나는, 속도와 혁신성을 떨어뜨리는 ‘모든 의사결정에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결정은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한 번 내리면 되돌릴 수 없거나 거의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one-way door’과 같은 결정입니다. 이런 결정은 체계적으로, 신중하게, 천천히 내려야 하며, 충분한 숙고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일단 그 문을 통과하고 나면, 반대편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을 Type 1 결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바꿀 수 있고 되돌릴 수 있습니다. 즉, ‘two-way door’과 같은 결정입니다. Type 2 결정을 최선이 아닌 방향으로 내렸다 해도 그 결과를 오래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문을 열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따라서 Type 2 결정은 판단력이 뛰어난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렇게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Type 2 결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무겁고 복잡한 Type 1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깊은 고민에 근거하지 않은 위험 회피가 늘어나며,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혁신하는 능력까지 약해집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에 하나의 방식만 적용하는 사고방식’은 우리가 마주하게 될 여러 함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대기업 특유의 다른 모든 병폐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빠르고 수준 높은 의사결정
Day 2 기업도 질 높은 의사결정을 합니다. 다만 그 결정을 느리게 내립니다. Day 1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든 질이 높으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는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대기업에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Amazon의 경영진은 우리의 의사결정 속도를 계속 높게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게다가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환경이 일하기에도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첫째, 모든 의사결정에 똑같은 절차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결정은 되돌릴 수 있는 two-way door과 같습니다. 그런 결정에는 가벼운 의사결정 절차를 적용해도 됩니다. 틀리면 어떻습니까?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이 내용은 지난해 주주서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둘째, 대부분의 결정은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정보의 약 70% 정도만 확보했을 때 내려야 할 것입니다. 정보가 90%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면, 대부분의 경우 너무 느린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결정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신속하게 바로잡는 능력이 있다면, 틀린 결정을 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느린 의사결정에는 확실히 큰 대가가 따릅니다.
셋째, “반대하지만 결정에는 전적으로 따른다(disagree and commit)”라는 표현을 활용하십시오. 이 원칙은 많은 시간을 아껴줍니다. 어떤 방향이 옳다는 확신이 있는데도 구성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제 판단을 한번 믿고 같이 가보면 어떨까요? 반대하더라도 일단 결정에는 전적으로 따르는 겁니다.” 이런 단계에 이르렀다면 사실 누구도 정답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상대방도 비교적 빠르게 동의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한쪽 방향으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상사라면 당신 역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저도 항상 “반대하지만 결정에는 따른다”는 원칙을 실천합니다. 최근 우리는 Amazon Studios의 한 오리지널 작품 제작을 승인했습니다. 저는 팀에 제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과연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될지 의문이 들었고, 제작도 복잡해 보였으며, 사업 조건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다른 기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들은 이 작품을 꼭 추진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결정에는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팀이 단순히 저의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를 설득해야 했다면 이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더 길어졌을지 생각해보십시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사례는 제가 속으로 “이 사람들은 틀렸고 핵심을 놓치고 있지만, 굳이 내가 나서서 싸울 정도는 아니군”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고, 저는 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팀은 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속하면서도 진심으로 그들의 판단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이 팀은 이미 에미상 11개, 골든글로브 6개, 오스카상 3개를 가져온 팀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들이 저를 회의실에 들어오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넷째, 진짜 ‘의견 불일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정렬 불일치(misalignment)’가 발생한 문제는 초기에 알아차리고 즉시 상위 단계로 올려야 합니다. 때로는 팀마다 목표 자체가 다르고,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깊은 불일치는 아무리 토론을 많이 하고, 아무리 회의를 반복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상위 조직으로 올리지 않으면, 결국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갈등 해결 방식은 ‘누가 먼저 지치느냐’가 되어버립니다.즉, 더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정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저는 Amazon에서 지난 수년간 이런 진정한 의미의 정렬 불일치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가 제3자 판매자들이 Amazon 자체 상품과 같은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직접 경쟁하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정말 큰 결정이었습니다.
똑똑하고 선의가 있는 많은 Amazon 직원들이 그 방향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의 큰 결정으로 인해 수백 개의 작은 결정이 뒤따랐으며, 그중 상당수는 최고경영진에게까지 올라와 판단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신이 하도 밀어붙여서 이제 지쳤으니 그냥 그렇게 합시다”는 최악의 의사결정 방식입니다. 느릴 뿐 아니라 사람들의 에너지까지 떨어뜨립니다. 차라리 빠르게 상위 단계로 문제를 올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의사결정의 질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의사결정의 속도까지 의식하고 있습니까? 세상의 변화가 여러분에게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까? 본질 대신 대리 지표나 절차에 빠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그것들을 제대로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고객을 기쁘게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대기업의 규모와 역량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작은 기업의 정신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여러분을 섬길 기회를 주시는 모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주시는 주주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며, 전 세계의 모든 Amazon 직원 여러분께도 여러분의 노력과 창의성, 그리고 열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그랬듯이, 1997년에 작성한 최초의 주주서한을 함께 첨부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Day 1입니다.

